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저장된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해양 방출을 검토하는 가운데 오염수에 인간의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방사성 탄소가 포함됐다는 경고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1년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발전소에 저장된 123만t의 오염수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14’와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핵종이 다량 발견됐다는 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오염수가 해양에 아무런 조치 없이 방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지역주민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저장 탱크에 농축된 방사성 탄소는 63.6GBq(기가베크렐)에 달한다.
션 버니 그린피스 독일지부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오염수에 포함된 각종 방사성 물질은 수천년간 바다에 남아 인간과 해양생물에 유전적 피해를 가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해양 방출 방안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도쿄전력은 그린피스가 오염수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했다는 입장이다. 료우노스케 다카노리 도쿄전력 대변인은 “(그린피스의 조사와 달리) 오염수 내 탄소-14의 농도는 ℓ당 2~220Bq에 불과하다”면서 “오염수를 매일 2ℓ씩 평생 마신다고 해도 연간 방사능 피폭량은 0.001~0.11mSv(밀리시버트)에 불과해 건강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카노리 대변인은 이어 “도쿄전력은 탄소-14 등 방사성 물질을 최대한 정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국민의 건강과 환경, 어업 활동을 모두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CNN은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출에 있어 핵심 문제는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셰필드대에서 방사성 물질을 연구하는 클레어 코크힐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삼중수소가 해양에 방출된 사례는 과거에도 몇 번 있었다”면서도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에 얼마만큼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해양 방출을 결정하기 전에 과학적 모델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양이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지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랜시스 리븐스 맨체스터대 방사화학 교수도 “그 어떤 방사성 물질을 배출해도 모종의 환경·보건적 리스크는 생긴다”면서도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이 영향을 받는지, 인간에게 악영향이 있는지 등 모든 변수는 방사성 물질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고 전했다.
도쿄전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냉각수 수천톤을 원자로에 투입했다. 이후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며 오염수가 하루 160~170t씩 발생해 방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137만t의 오염수 저장 능력을 지닌 원자로 내 저장 탱크가 2022년 여름이면 가득 찰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2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배출 작업을 서두르려는 이유다.
다만 최근 140t가량으로 줄어든 하루 오염수 발생량이 같은 수준으로 지속되거나 정부가 철거 예정인 구식 탱크 자리에 추가 저장 탱크를 설치하는데 성공한다면 최대 2025년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오는 27일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이를 둘러싼 여러 우려 사항을 고려해 오염수 처리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교도통신이 지난 4~7월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4011건의 국민 의견을 접수한 결과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거른 오염수가 인체에 해롭다’는 의견 등 불안감을 표출한 의견이 전체의 67%인 2700건을 차지했다. 어업 종사자와의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등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이들도 1400여명에 달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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