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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30, 2020

너 초콜릿파야, 바닐라파야?[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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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로즈가든 리모델링 전(왼쪽 사진)과 후. 리모델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진두지휘했다. 사진 출처 뉴스브레이크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 리모델링 논란이 뜨겁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 일정에 맞춰 새로 단장한 로즈가든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는데요. 논란의 핵심은 멜라니아 여사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개선이 아닌 개악을 해놓았다는 겁니다.

△“She is as clueless and classless as her husband.”

미국 소셜미디어를 보면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분노의 트윗들이 넘쳐납니다.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녀는 남편만큼 멍청하고 수준 없어.”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이 정성 들여 꾸며 놓은 정원을 멜라니아 여사가 망쳐 놓았다는 겁니다. 이런 트윗 중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날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의식 저변에도 미국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동유럽 출신의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는 셈이죠.


△“That’s like saying, ‘I like chocolate and you like van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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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절 로즈가든을 직접 밟아보는 행운을 얻었던 제가 보기에는 리모델링 후 더 정리 정돈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원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다양한 품종의 꽃과 나무 대신 흰색 장미 위주로 꾸몄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말하기 힘듭니다. 이런 때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르다(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라는 격언을 쓰죠. 한 로즈가든 전문가는 좀 더 쉽게 말합니다. “그건 마치 ‘나는 초콜릿이 좋아, 너는 바닐라가 좋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서로 다른 취향은 존중돼야 한다는 뜻이죠. 색과 맛이 완전히 다른 초콜릿과 바닐라는 취향을 대비시킬 때 자주 등장합니다. △‘In reality, the renovation is long overdue.’

워싱턴포스트(WP)는 관련 기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리모델링은 늦은 감이 있다.’ ‘Long overdue’는 매우 중요한 표현인데요. ‘한참 전에 했어야 했다’, 즉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WP에 따르면 리모델링 전 로즈가든은 벌레가 들끓고 관개시설도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반(反)트럼프 성향의 WP가 멜라니아 여사를 지원하는 기사를 썼다는 게 이채롭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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